인터넷은 자유로운 공간인가, 무책임한 폭력의 무대인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The Most Hated Man on the Internet》은 딸의 사진이 유출된 사건을 계기로, 한 엄마가 리벤지포르노 사이트 ‘Is Anyone Up?’의 운영자 헌터 무어와 그의 추종자들에 맞서 싸운 실화를 다룬다. 단지 자극적인 범죄 스토리를 넘어, 이 작품은 사이버 윤리, 플랫폼 책임, 피해자 보호,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남긴다.
1. ‘Is Anyone Up?’ – 누드 사진으로 돈을 번 남자
2010년대 초, 인터넷 한복판에 등장한 사이트 ‘Is Anyone Up?’은 사용자들이 익명으로 타인의 누드 사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플랫폼이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진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유출된 것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실명, SNS 계정, 주소까지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사이트 운영자인 헌터 무어는 이를 도덕적 문제로 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인터넷 자유의 수호자"로 묘사했고, 자신의 팔로워들과 함께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멸시했다.
"내가 만든 건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다." 그의 이 말은 충격적이지만, 당시 일부 젊은 층에게 이 플랫폼은 진짜 ‘인터넷 놀이 문화’처럼 소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이 사이트는 끝없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한 번 게시된 사진은 끝없이 공유되었고, 삭제 요청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온라인 린치이자 디지털 성범죄였다.
2. 엄마의 싸움 – 샬롯 로우스, 한 명의 목소리로 시작된 투쟁
이 다큐의 중심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엄마다. 샬롯 로우스는 딸의 나체 사진이 해당 사이트에 게시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단순한 분노를 넘어서 법적, 사회적 대응을 시작한 일반인 시민이었다.
처음엔 딸을 위로하고 싶었고, 그 다음엔 사진을 지우고 싶었고, 결국엔 이 사이트와 싸워 이기고 싶었다. 그는 SNS, 언론, 변호사, FBI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헌터 무어와 그 시스템에 맞섰다.
그의 접근은 단순히 모성애적 복수극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 다큐는 그보다 더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샬롯은 하나의 목소리로 시작해 수백 명의 피해자와 연결되었고, 그들의 아픔을 공론화하며 시스템을 흔들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인터넷에서 잊혀질 거야"라는 말을 들었지만, 샬롯은 "잊히는 것이 아닌, 바로잡는 것"을 선택했다.
3. 온라인 자유 vs 온라인 폭력 – 경계는 어디인가?
헌터 무어와 그의 지지자들은 늘 외쳤다. "인터넷은 자유로운 공간이다." "우리는 단지 플랫폼을 제공했을 뿐이다." "공유는 죄가 아니다."
하지만 이 자유는 누군가의 고통 위에서 얻어진 자유였다. 피해자들은 실제 생활에서 직장을 잃고, 가족과 멀어지고, 정신적 외상을 겪었다.
무어는 플랫폼 운영자일 뿐이라는 법적 논리로 책임을 회피했지만, 그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건 네 잘못이야. 찍은 사진이니까."
이 다큐는 끊임없이 묻는다.
- 플랫폼은 사용자의 콘텐츠에 책임이 없는가?
- 자유는 피해자를 침묵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는가?
- 공유는 표현인가, 범죄인가?
이 논쟁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도 트위터, 레딧, 텔레그램, 일부 포럼에서 동일한 방식의 디지털 성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경계와 책임의 기준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4. 정의의 실현 – 헌터 무어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무어는 오랜 시간 법망을 피해갔다. 하지만 샬롯의 끈질긴 노력과 언론 보도, 시민 사회의 압박, 피해자 증언 등이 모여 결국 FBI가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조사 결과, 단순한 사용자 업로드 외에도 무어가 해커와 공모해 불법적으로 사진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한 방조가 아닌, 적극적 공범이었던 것이다.
그는 유죄를 인정했고, 사이트는 폐쇄되었으며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하지만 다큐는 묻는다. 정말 정의는 실현된 것인가?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고통받았고, 그의 사이트를 모방한 유사 사이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한 명이 처벌받는 것으로 사회적 구조적 폭력이 해소되는가?
이 다큐는 그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행동하는 시민 한 명이 만들어낸 파동이 얼마나 크고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현실적이면서도 울림 있게 보여준다.
결론: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The Most Hated Man on the Internet》은 단지 어느 미친 남자와 한 엄마의 싸움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고, 우리가 매일 스크롤하는 수많은 콘텐츠 안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 당신은 그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는가?
- 누군가의 고통에 침묵하지 않았는가?
- 정의는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 아닌가?
당신이 모르는 사이, 당신의 ‘무관심’이 누군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폭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고, 이 영화는 그 시작점이 되어줄 단 하나의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