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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BDSM이라는 낯선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사랑에서 중요한 건 취향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성격도, 성향도, 취향도 다른 두 사람이 ‘이해’를 통해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가벼운 웃음과 설렘 속에 담아낸다.
1: 낯선 설정, 하지만 새로운 로맨스의 문을 열다
《모럴센스》의 시작은 우연한 소포 배달 사고다. 회사 동료인 지우(서현)가 준지(이준영) 앞으로 온 택배를 대신 받았다가, 그 안에 있던 개목걸이 모양의 액세서리를 보게 된다. 이 물건을 계기로 준지가 평소 BDSM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보통 한국 로맨스 영화에서 이런 설정은 코믹하게만 소비되기 쉽지만, 이 영화는 낯선 성적 취향을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개성’으로 다룬다. 이 지점이 다른 로코와의 차별점이다. 지우는 처음엔 놀라지만 곧 “취향은 잘못이 아니다”라는 태도로 준지를 대한다. 이 순간부터 영화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가’를 따라간다.
2: 사랑의 핵심은 ‘동의와 신뢰’
BDSM은 서로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철저한 동의와 신뢰 위에서만 성립한다. 영화는 이 원칙을 연애 관계 전반의 은유로 활용한다.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그 경계를 존중하는 것이다.
지우와 준지는 서로의 경계를 확인하는 대화를 많이 나눈다. 예를 들어, 준지는 지우에게 “네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겠다”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이 대사는 단순히 BDSM 장면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필요한 ‘합의’와 ‘존중’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상대방 동의’의 가치를 영화는 로맨틱하고도 진지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야릇함으로 소비되지 않고, 성숙한 관계의 작동 방식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는 장치가 된다.
3: 자기 인정과 해방의 과정
준지는 오랫동안 자신의 취향을 숨기고 살아왔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이상하게 볼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지우를 만나고, 처음으로 자기 성향을 인정받는다.
이 과정은 단순히 연애 서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는 준지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우는 준지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자기 자신으로 편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옆에 있어준다.
이건 연애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메시지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내 기준에 맞게 바꾸려’ 한다. 하지만 《모럴센스》는 그 반대의 길을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짜 친밀감이 자란다’는 것이다.
4: 가벼운 톤 속 진지한 질문
영화의 외형은 가볍다. 밝은 색감, 발랄한 대사, 오피스 로맨스 특유의 설렘 코드.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 나는 정말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 나의 경계와 취향은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가?
- 사랑은 서로의 다른 세계를 이해하고 나누는 과정이 아닌가?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지우가 준지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는, 그의 세계를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 — ‘사랑은 취향보다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 — 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결론: 새로운 장르의 로맨스, 하지만 본질은 ‘사람 이야기’
《모럴센스》는 BDSM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코미디와 로맨스로 풀어낸 한국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아주 보편적이다. 사랑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관계에 대한 편견을 깨는 동시에, 연애의 본질이 ‘함께하는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를 존중하느냐’에 있음을 보여준다. 가벼운 웃음과 달콤한 설렘 속에서,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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