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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Old Dads – 세대차이, 육아, 그리고 늦은 성숙의 코미디

by justin3 2025. 7. 13.

old dads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Old Dads》는 중년 남성들이 젊은 세대 중심의 사회에서 겪는 갈등과 변화, 그리고 가족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시 배우는 이야기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무례하면서도 솔직하고, 시대에 뒤처진 것 같지만 여전히 따뜻한 감정을 간직한 아버지들의 현실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준다.

1. 세대차이로 인한 충돌 – 구세대 아빠들의 위기

《Old Dads》의 주인공 잭, 마이크, 콘래드는 모두 40~50대 중후반의 아빠들이다. 이들은 젊은 시절 자신의 사업을 일구며 성공을 맛봤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빠르게 변했다. MZ세대가 문화 중심이 되었고, 직장 문화는 수직에서 수평으로, 육아 방식은 권위에서 공감으로 바뀌었다. 세상은 유연해졌지만, 동시에 훨씬 더 조심스럽고 복잡해졌다.

잭은 여전히 직설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마이크는 공격적 유머를 즐긴다. 콘래드는 자유로운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이 과거 방식대로 행동할 때마다, 세상은 그들에게 불편한 시선을 던진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젊은 CEO는 이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민감한 직원들이 상처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 생일파티에서는 비건 옵션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고, 유치원에서는 양육 태도에서 ‘독성 남성성’이 묻어난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이 모든 상황은 마치 코미디처럼 흘러가지만, 그 이면에는 이들이 갖고 있는 불안과 정체성 혼란이 숨어 있다. 세상은 변했지만, 이들은 한 번도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색하고, 그래서 괴롭다.

특히 잭은 과묵하고 책임감 강한 가장이지만, 그런 태도조차 이제는 ‘소통 부족’으로 읽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는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도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지?"

《Old Dads》는 이런 세대 충돌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결코 단순한 비난이나 비하로 치우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이 ‘내 부모’, 혹은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공감의 여지를 마련해둔다.

2. 육아와 사회 트렌드의 간극 – 좋은 아빠란 무엇인가

이 영화의 중심에는 ‘아빠’라는 존재가 있다. 세 남자는 모두 딸이나 아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 하지만 문제는 표현 방식이다. 지금의 육아는 공감, 감정 소통, 배려 중심이다. 반면 이들은 자신이 자라온 방식—즉,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방식으로 양육을 하려 한다.

잭은 딸에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는 말 대신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타입이다. 마이크는 자기 아버지가 했던 방식—간섭은 없지만 방임에 가까운 자유를 물려주려 한다. 콘래드는 양육에 있어 깊은 고민을 해본 적조차 없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이들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 딸은 잭이 왜 늘 바쁜지 이해하지 못하고, 마이크의 아들은 무례함을 그대로 따라 하며 문제아가 되어간다. 콘래드는 자신의 무책임함 때문에 아이에게 상처를 준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아빠는 어떤 모습인가?”

‘강한 아빠’, ‘경제적인 아빠’, ‘가정에 충실한 아빠’는 여전히 가치 있지만, 지금 시대의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빠’, ‘감정을 표현하는 아빠’, ‘내 편이 되어주는 아빠’를 원한다.

영화의 중반부, 잭은 딸의 연극 발표회 시간에 늦는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딸과 눈을 맞춘다. 이 짧은 순간이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그는 그제야 깨닫는다. "내가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내 존재가 여기 있다는 것이 중요하구나."

《Old Dads》는 육아를 '희생'이나 '의무'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는 배움의 시간으로 그린다. 그리고 말한다. 늦게 시작했어도 괜찮다고, 지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고.

3. 우정, 후회, 성장 – 결국 우리는 아빠가 된다

영화는 코미디로 시작하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감정선이 깊어진다. 세 남자의 우정은 그 자체로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조언하지 않으며, 때로는 어리석음을 웃어넘긴다.

하지만 각자가 가진 ‘내면의 과제’는 피할 수 없다. 잭은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성장했다. 그는 과묵한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이제 자신이 그 아버지와 똑같아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이크는 자신이 아들에게 물려줄 유산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한다. 콘래드는 자신의 자유주의가 무책임으로 읽히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서로를 통해 반성하고 성장해간다. 더 이상 ‘완벽한 아빠’가 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 더 나은 사람, 더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로 한다.

결국 영화는 이런 메시지로 귀결된다.

“좋은 아빠가 되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노력하면 된다.”

《Old Dads》는 아버지로서의 책임, 우정의 소중함, 그리고 후회를 통해 배우는 삶의 교훈을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결론: 세상은 변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통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아재들의 세상 불만"을 웃기게 그린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변화하는 사회에서 뒤처진 사람들의 당혹감, 그리고 가족과 아이들 앞에서 다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상은 더 민감해졌고, 기준은 까다로워졌지만, 진심은 여전히 통할 수 있다. 말이 서툴러도, 방식이 낡았어도, 아이는 아빠의 마음을 기억한다.

《Old Dads》는 그렇게 웃기고 울리며 묻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바로 지금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이다.”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 부모와 관계에 갈등이 있는 사람, 또는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나’ 고민하는 중년에게 이 영화는 따뜻하고 현실적인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