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뮤지컬 영화 《Tick, Tick… Boom!》은 전설적인 뮤지컬 《RENT》를 쓰기 전, 세상을 떠난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삶을 그린다. 그는 성공을 꿈꾸며 고군분투했던 무명의 예술가였고, 시간에 쫓기듯 창작에 집착하며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고 싶다’는 욕망을 불태운 인물이었다. 그의 뜨거웠던 일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간절히 이루고 싶은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
1. 창작은 고통이다 – 음악과 생존 사이의 줄타기
조너선 라슨은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허름한 아파트에 살며 낮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밤에는 뮤지컬을 쓰며 창작의 한계를 시험하는 청년 예술가다. 그는 뮤지컬 《SUPERBIA》를 수년간 준비해 왔지만, 프로듀서와 투자자의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의 삶은 극도로 현실적이다. 가스가 끊기고, 전기세가 밀리고, 친구들은 현실로 안착하는데 그는 오직 한 가지 꿈에 모든 것을 건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어. 30살이 다 됐는데, 내 이름으로 된 작품 하나도 없어.” 그의 이 대사는 창작자로서의 불안과 초조, 존재감의 결핍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음악을 쓰고, 피아노를 두드리고, 머릿속 멜로디를 악보로 옮긴다. 창작은 그에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삶을 증명하는 수단이자 존재의 이유였던 것이다.
2. 시간은 유한하다 – 서른이라는 벽 앞에서
영화의 제목 ‘Tick, Tick… Boom!’은 시계의 초침 소리이자 조너선 내면의 긴장을 상징한다. 그는 스스로 느낀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흐르고, 내게는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서른 전에 이뤄야 한다.” 그는 천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을 우상으로 삼으며, 젊은 나이에 명작을 쓴 음악가들과 자신을 비교한다. 그리고 조급해진다. “나는 뭔가를 써야 해. 지금, 당장. 늦기 전에.”
이러한 압박감은 오늘날의 청춘들과도 맞닿아 있다. 성공, 나이, 커리어에 대한 조급함은 시간을 초조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묻는다. “그 시계는 정말 네 인생을 말해주는 걸까?”
그의 친구들은 에이즈에 걸리고, 동료는 직장을 찾아 떠나고, 연인은 미래를 원한다. 삶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 안에서 조너선은 “나는 창작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껴야 해”라는 마음으로 달린다. 그 절박함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짜 박동이다.
3. 사랑과 관계, 현실 앞의 균열
조너선의 삶이 창작에 집중되면서, 주변 인간관계는 서서히 균열을 일으킨다. 연인 수잔은 무용수로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도시를 떠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조너선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그녀의 부재보다 자신의 극본이 더 중요하다.
친구 마이클은 더 이상 배우를 꿈꾸지 않는다. 그는 안정된 직장과 보험을 택했다. 조너선은 그를 ‘타협한 자’로 바라보지만, 마이클은 “네가 사랑하는 창작이 항상 네게 돌아올 거라 생각하지 마”라고 경고한다.
이 영화는 예술가의 열정만을 미화하지 않는다. 그 열정은 때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밀어낸다. 창작은 고독하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누구도 완전히 이해해줄 수 없다.
하지만 마지막에 조너선은 깨닫는다. 사람 없이 음악은 텅 빈 울림에 불과하며, 결국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은 인간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4. 무대에 오르기 전 – 실패 속에서 피어난 위대한 유산
조너선의 뮤지컬 《SUPERBIA》는 결국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 피를 쥐어짜듯 만든 작품이지만, 투자자들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그 순간 조너선은 무너진다. “이 모든 게 헛수고였던 걸까?”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 실패는 그를 새로운 작품으로 이끈다. 그것이 훗날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되는 《RENT》다. 하지만 그 작품이 세상에 오르기 하루 전날, 조너선 라슨은 심장 파열로 세상을 떠난다.
《Tick, Tick… Boom!》은 그 이전의 조너선을 보여준다. 무명, 고통, 불안, 실패… 그리고 멈추지 않았던 그 창작의 열정. 그는 성공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진심은 수많은 창작자와 청춘에게 영향을 남겼다.
우리는 작품의 성패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이 영화에서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고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 되라는 것.
결론: 시간은 흐르지만, 열정은 남는다
《Tick, Tick… Boom!》은 예술가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불안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 미완성의 작업, 시도조차 하지 못한 열정… 그것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한, 우리 안에는 여전히 ‘Tick, Tick’이라는 박동이 살아 있다.
조너선 라슨의 삶은 짧았지만, 그 뜨거움은 지금도 계속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 나는 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나의 박동은 울리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그리고 조너선 라슨은 우리 인생의 진짜 음악이 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