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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The Two Popes – 전통과 혁신, 인간의 죄와 회개, 침묵과 고독, 그리고 관계의 회복

by justin3 2025. 7. 23.

The Two Popes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The Two Popes》는 단순히 교황청 내부의 정치극이 아니다. 가톨릭 역사상 보기 드문 사건인 현직 교황의 사임과 그 뒤를 이은 새로운 교황의 등장을 통해, 전통과 변화, 권력과 신념, 죄책감과 용서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고요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두 노인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신의 뜻보다도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마주하게 된다.

1. 전통과 혁신 – 두 교황이 상징하는 교회의 길

《The Two Popes》의 시작은 바로 두 인물의 극명한 차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전통, 질서, 이성과 교리 중심의 인물이다. 그는 철학자 출신의 신학자로서 가톨릭의 엄격한 규율을 지키는 것을 신앙의 정수로 본다. 반면, 후임자 프란치스코는 겸손, 대화, 포용을 강조한다. 그는 탱고를 즐기고, 이웃과 식사를 하며, 신보다 먼저 사람을 보려는 지도자다.

이 영화는 바로 이 두 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서사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교황직을 두고 경쟁하거나 논쟁하지 않는다. 그들은 앉아서 서로를 듣고, 이해하고, 결국은 인정한다. 이 과정은 현대 교회가 겪고 있는 가치의 재정립을 그대로 투영한다.

관객은 이들의 대화를 통해 한 종교가 가지는 위대한 사명을 보게 된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싸움이 아닌,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그 자체로 《The Two Popes》는 가톨릭 내부의 변화를 상징하는 철학적 선언이 된다.

2. 인간의 죄와 회개 – 프란치스코의 고백

영화 중 가장 깊은 장면은 프란치스코(당시 추기경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가 군부독재 시절의 과오를 교황 베네딕토 앞에서 고백하는 장면이다.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의 참혹한 시대를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당시 예수회 수장이었고, 정권과 교단 사이에서 중립적 위치를 취했지만, 그 과정에서 두 신부가 납치되고 고문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아무도 해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죄책감을 짊어진다.

이 고백은 단순한 ‘정치적 실수’의 토로가 아니다. 이는 종교 지도자가 자신의 인간적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이다. 그는 말한다. “하느님은 우리의 완벽함이 아니라, 우리 안의 진실함을 원하십니다.”

이 장면은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회개와 용서’를 극적으로 구현한다. 이 영화가 강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이 회개의 순간이 진심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관객은 이 장면을 통해,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도 죄와 두려움 앞에선 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3. 침묵과 고독 – 베네딕토의 고백과 결단

베네딕토 16세는 가톨릭 역사상 600여 년 만에 자발적으로 사임한 교황이다. 그의 사임은 충격이었고, 많은 이들이 ‘왜’에 대해 답을 원했다. 영화는 그 질문을 조심스럽게 풀어간다.

그는 말한다. “나는 더 이상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이 고백은 단순한 피로감이 아니다. 그는 교황이라는 무게, 세속화된 교회, 추문과 부패, 권력의 이면 속에서 영적 침묵을 경험한 지도자다. 그는 세상의 시끄러움 속에서 스스로를 ‘하느님의 도구’가 아니라 ‘체계의 관리자’로 전락했다고 느낀다.

이 영화의 진정한 감동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신의 대리자로 여겨졌던 인물이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그 자리를 내려놓는다. 그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초월한 승리자로 묘사된다.

그의 고독, 침묵, 내면의 균열은 오늘날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강함보다 더 강한 것은 자발적 물러남이라는 용기다.

4. 관계의 회복 – 이해와 유머가 만든 교황직의 전환

두 사람의 대화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이지만, 동시에 유쾌하고 인간적이다. 탄산수와 피자, 축구와 탱고를 주제로 나누는 소소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두 교황이 인간으로서 가까워지는 순간들을 본다.

특히, 축구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놀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가장 가볍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프란치스코가 말한다. “하느님은 아르헨티나 팀을 좋아하시죠. 가끔은 독일도.”

이런 유머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이는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웃는 방식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철학이 달라도 서로를 향한 존중과 공감이 있다면 관계는 언제든 회복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후반, 두 사람은 함께 ‘탱고’를 추며 진심으로 웃는다. 그 장면은 교회도, 사회도 결국은 사람 사이의 신뢰 위에 존재해야 한다는 작지만 강한 선언이다.

결론: 우리는 모두 두 교황이다

《The Two Popes》는 종교영화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인간 드라마다. 두 인물은 모두 옳고, 모두 불완전하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가 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관객은 베네딕토의 침묵 속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프란치스코의 고백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본다.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품고 있으나, 그 안에서 신의 뜻을 묻는 질문자로 살아간다.

결국 이 영화는 말한다. “가장 위대한 믿음은 완벽함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태도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