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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The Fundamentals of Caring – 걷는 법을 잊은 이들이 함께 웃으며 나아갈 때 (만남, 감정, 회복, 그리고 돌봄)

by justin3 2025. 7. 9.

THE FUNDAMENTALS OF CARING

 

넷플릭스 영화 《The Fundamentals of Caring》은 장애, 상실, 트라우마 같은 무거운 주제를 ‘진지함’ 대신 ‘유머’로 풀어내는 특별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더 깊이 있고, 더 오래 남는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 소년과,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 중년 남성, 그리고 냉소로 방어하는 10대 소녀. 이들이 함께 떠난 한심한 랜드마크 투어는 우리에게 말한다. “사람은 서로를 통해, 결국 다시 살아가는 존재다.”

1. 웃기기엔 너무 아픈, 아프기엔 너무 웃긴 두 사람의 만남

주인공 벤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전직 작가다.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글도 멈추고, 감정도 닫은 채 간병인 자격증을 따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의 첫 환자는, 근육병을 앓는 10대 청년 트레버.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입은 그 누구보다 빠르고 독하다. 트레버는 하루의 14시간을 TV로 보내고, 병의 증상을 숫자로 외우며 세상에 대해선 시니컬하게 선 긋는다. 그의 유일한 ‘외출’은 자기 무덤을 보기 위한 위시 리스트일 정도다. 그런 그에게 벤은 낯설지만, 처음으로 진심을 보인다. 약을 챙겨주고, 말동무가 되어주며, 무심한 듯 세심하게 챙긴다. 그들이 서로를 관찰하는 장면은 슬픈데도 웃긴다. “넌 돌봐주기 싫은 환자고, 난 감정 없는 간병인이야.” 그들의 시작은 이랬지만, 우리는 안다. 둘은 서로에게 ‘처음으로 신뢰하게 되는 사람’이 되어갈 거라는 걸.

2. 병보다 무거운 건 마음, 길 위에서 풀어내는 감정

어느 날, 벤은 트레버에게 제안한다. “밖으로 나가보는 건 어때? 미친 장소들 보여줄게.”

그렇게 시작된 로드트립. 목적지는 황당하다. 세계 최대의 소 조형물, 거대한 핫도그 간판, 그리고 트레버가 늘 농담처럼 말하던 ‘자기 무덤’. 이 여정은 치료가 아니라, 그냥 삶이다. 남들처럼, 의미 없이 웃고, 싸우고, 초코우유 마시는 평범한 삶을 느끼는 시간.

중간에 도트(셀레나 고메즈)를 만난다. 그녀는 도망치는 청소년처럼 보이지만, 트레버에게 ‘처음으로 낯선 이성과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다. 서로에게 반쯤 삐딱하게 굴지만, 결국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는 진심의 교류가 있다.

그리고 트레버는 자신의 삶에서 늘 피하던 장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아버지의 집 앞에 서게 된다.

그 문을 두드리는 장면. 그 몇 초 동안 카메라는 멈추고, 우리는 숨을 멈춘다. 그리고 트레버는 말없이 돌아선다. 그 장면은 모든 말보다 깊다. 그저 그 ‘시도’ 자체가 그를 한 발짝 더 성장하게 만든 것이다.

3. 벤의 눈물 없는 회복, 트레버의 눈물 없는 독립

벤에게도 여정은 단순하지 않다. 그는 자기 아이의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같이 혼자였던 삶을 조금씩 사람들과 섞어가며 살아내고 있다. 그의 감정 회복은 조용하지만 선명하다. 트레버와 함께 장난치고, 도트와 대화하고,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도 ‘누군가를 믿고 돌보는 인간’이 되었다는 걸 받아들인다.

영화 후반부, 트레버가 직접 휠체어에서 내려 스스로 소변을 보려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동안은 부끄러워서, 혹은 스스로 못할 거라 믿어서 누구에게도 맡겨버렸던 일. 하지만 그날, 그는 자신을 선택한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이자 가장 감동적인 대목이다. 작은 움직임 하나가 삶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돌봄"이란 말은 사실, 같이 살아주는 일이다

《The Fundamentals of Caring》의 감동은 ‘장애’나 ‘상실’이라는 주제를 더 이상 ‘비극’으로 그리지 않는 데 있다. 그들은 여전히 힘들고, 삶은 복잡하지만—웃을 수 있다. 장난칠 수 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누군가 옆에 있어주는 일이다.

치유란, 고치거나 고쳐주는 일이 아니라 같이 걷고, 같이 웃고, 같이 사는 것. 그게 이 영화가 말하는 Care(돌봄)의 본질이다.

결론: 누군가의 인생이 조금 덜 외롭게 느껴졌다면, 그게 바로 좋은 영화다

《The Fundamentals of Caring》은 화려하지 않고, 조용하며, 유쾌하고, 때때로 울컥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삶을 대단하게 바꾸진 않지만, 내일을 살아볼 힘을 슬쩍 건네준다. 그리고 그게 어쩌면, 가장 ‘근사한 변화’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