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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Society of the Snow – 생존, 윤리, 인간성의 한계에서 피어난 공동체

by justin3 2025. 7. 17.

Society of the snow

 

1972년 안데스 산맥에서 벌어진 실제 비행기 추락 사고.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불가능한 선택’을 해야 했던 사람들. 《Society of the Snow》는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다. 인간성의 가장 끝에서 피어난 공동체, 도덕과 본능 사이의 충돌, 죽음보다 더한 선택을 마주한 이들의 감정 기록이다.

1. 실화 기반의 충격: 비행기 추락, 그리고 72일간의 생존

영화는 우루과이의 청년 럭비팀이 안데스 산맥을 넘어 칠레로 이동하던 중 겪은 비극적인 사고에서 출발한다. 1972년 10월 13일, 이들이 탑승한 비행기는 거대한 눈보라와 조종 실수로 인해 안데스 산 중턱에 추락한다. 총 45명 중 29명이 추락 직후 살아남았지만, 혹한과 고립된 설산 위에서는 구조조차 요원했다. 식량은 사흘치, 무전기는 고장 나 있었고, 구조대는 이들이 살아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는 비행기 추락 장면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날아가는 비행기 내부에서 대화를 나누던 인물들이 갑자기 격렬하게 흔들리고, 강풍과 충돌음, 찢어지는 기체 속에서 광란에 빠진다. 카메라는 인물의 눈으로 충돌을 보여주며, 관객을 공포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잔해는 산허리에 파묻히고, 시체는 눈 속에 묻히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숨소리만 남는다.

그들은 구조를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밤의 추위는 영하 30도를 넘고, 시체는 얼어붙는다. 고립된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인간 본연의 생존 본능과 맞닥뜨리게 된다. 음식은 다 떨어졌고, 이제는 누군가를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온다.

2. 인간성과 윤리, 먹는다는 행위의 무게

식량이 떨어진 후, 누군가는 “죽은 자들을 먹자”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도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도, 친구였던 사람을 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거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배고픔은 점점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바뀐다. 이 영화의 위대함은 바로 이 윤리적 갈등을 선정적이지 않게, 무게감 있게 그려낸 데 있다. 친구였던 이를 눈앞에 두고, 죄책감과 공포에 휩싸이면서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들은 종교적으로도 이 선택을 해석한다.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들도 우리가 살기를 바랐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설득한다. 한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이들의 살을 먹는 것은, 그들을 우리 안에 영원히 데려가는 것이야.”

그 말은 더 이상 그들이 시체가 아닌, ‘생명을 주는 존재’로 존중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 극단의 선택을 인간 존엄의 붕괴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도덕과 책임, 공동체의식을 보여준다.

3. 공동체의 탄생 – 설원 속의 새로운 사회

영화의 제목 ‘설원의 사회’는 단순히 눈 속의 생존자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의 탄생을 의미한다. 극한의 고립 속에서 이들은 무정부 상태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며 생존 구조를 만든다.

  • 리더 역할을 하는 인물은 비관적인 분위기를 다독이며 희망을 놓지 않게 하고,
  • 누군가는 의료 책임을 자처해 상처를 돌보며,
  • 다른 누군가는 구조를 위해 직접 산을 넘는 원정을 떠난다.

모든 인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영화는 그들의 이름을 끝까지 기억한다. 마지막 생존자 명단이 나올 때까지, 영화는 “누가 살아남았는가”보다 “어떻게 살아남았는가”에 집중한다.

영화 후반부, 한 인물이 눈으로 뒤덮인 동료의 시체 곁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장면은, 관객에게도 깊은 침묵을 안긴다. 그들은 식재료가 아닌, 끝까지 친구이자 형제였다.

4. 연출과 미장센 – 고요 속의 절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몬스터 콜》, 《오퍼스》 등을 통해 감정과 영상미를 함께 담아내는 연출로 유명하다. 《Society of the Snow》에서도 그의 감각은 유감없이 드러난다. 거대한 산맥과 작아 보이는 인간들. 눈은 고요하고 새하얗지만, 그 안에 숨겨진 죽음과 공포는 한없이 깊다.

카메라는 드론보다 인물의 얼굴을 더 자주 비춘다. 얼어붙은 눈썹, 갈라진 입술, 말라가는 눈동자. 말이 아닌 눈빛과 표정으로 감정을 보여주는 이 연출은 진짜 공포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은 최소화되었고, 오히려 ‘무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람 소리, 숨소리, 눈밟는 소리, 침묵. 이런 사운드는 생존의 고통을 더욱 리얼하게 만든다. 또한, 눈밭 속의 잔해, 피범벅 된 구호 장비, 비어있는 구명 보온재 등은 미장센 하나하나가 생존의 기록이 된다.

5. 생존 그 이후 –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사명

72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16명의 생존자들은 세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부는 돌아온 후 죄책감과 심리적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일부는 죽은 친구들의 가족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생존자들은 돌아와서 그날의 기억을 기록하고 증언한다. 그들이 선택했던 행위가 야만이 아니었음을, 그날의 친구들이 누구였는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그 진심이 장면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마지막 장면, 생존자 한 명의 내레이션이 흐르며 끝난다.

“우리는 죽음을 넘었고, 서로를 통해 살아났다. 기억은 남는다. 사랑은 잊히지 않는다.”

결론: 생존이란 단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Society of the Snow》는 단순히 눈 속에서 벌어진 생존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인간이 무엇으로 버티고, 어디까지 버틸 수 있으며, 그 안에서 무엇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고, 도덕이 아니라 사랑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조금은 깨닫게 된다. 인간이란 존재는 생각보다 강하고, 서로를 위해서라면 가장 불가능한 선택조차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Society of the Snow》는 그렇게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인간성이라는 작은 불씨를 다시 피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