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임신 테스트 한 장으로 인생이 두 갈래로 나뉜다. 어느 쪽이든 정답은 없다. 《Look Both Ways》는 청춘의 선택, 후회, 사랑, 꿈이라는 현실을 조용히 껴안는 따뜻한 감성 영화다.
1. 두 갈래의 인생 – 선택은 결과가 아니라 감정의 시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Look Both Ways》는 대학 졸업을 앞둔 청춘 ‘내털리’의 단 한 번의 선택이 두 가지 삶으로 분기되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현실적인 감정과 선택의 무게를 보여주기 위해 판타지 설정인 ‘평행우주’라는 기법을 활용하지만, 전개는 철저히 현실적이다.
임신 테스트를 앞에 둔 내털리는 한밤중, 결과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 결과가 “양성”일 경우와 “음성”일 경우 두 시나리오로 나뉘어 흘러간다.
첫 번째 시나리오 – 임신 양성: 내털리는 친구 게이브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LA로의 커리어 계획을 접고 고향 오스틴으로 돌아간다. 게이브와 공동 육아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창작자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 – 임신 음성: 내털리는 원래 계획대로 LA로 떠나 애니메이션 업계 인턴십을 시작하고, 자유롭고 야심 찬 커리어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사랑, 도전이 그녀의 인생을 채워나간다.
두 삶 모두 쉽지 않다.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엄마로서의 고단함, 성공에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외로운 도시 생활. 영화는 어떤 선택이 더 낫다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 대신, 각 인생 속에서 내털리가 어떻게 고민하고 결정하며 성장하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2. 진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 낭만과 현실의 충돌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현실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청춘 영화들이 “꿈을 향한 도전” 또는 “가정을 이루는 삶” 중 하나를 이상화하거나 판타지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Look Both Ways》는 두 삶 모두에서 현실적인 갈등을 그린다.
가정을 선택한 시나리오에서는 아이를 키우며 창작자로서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계속된다. 육아로 인해 커리어를 미루게 되는 순간, 내털리는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회의감과 분노를 느낀다. 반면 LA에서 커리어를 쫓는 시나리오에서는 불안정한 프리랜서 생활, 사라지는 연애 감정, 외로움과 피로가 그녀를 짓누른다.
영화는 말한다. “어떤 삶도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늘 조금은 부족한 조건 속에서 최선을 선택해 살아간다.”
그리고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선택이든 그 결과를 감정적으로 감당하는 용기를 가지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3. 사랑, 우정, 자아 — 선택보다 중요한 감정의 밀도
영화는 직업이나 상황보다 ‘관계와 감정’의 변화에 훨씬 집중한다.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내털리는 사랑하고, 실망하고, 다시 연결되고, 또 떠난다.
가족을 선택한 삶에서, 내털리는 게이브와 부모로서 관계를 쌓지만 한동안은 ‘사랑’ 없이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오랜 시간 속에서 생기는 정과 협력은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자유로운 삶에서는 사랑이 훨씬 빠르게 시작된다. 그러나 개인의 욕망과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결국 사랑은 흐려지고, 이별은 감정을 남긴다. 이렇듯 영화는 어떤 사랑이 더 나은지를 따지기보다 “사랑은 상황 속에서 자라고, 시들며, 흩어진다”고 말한다.
또한, 친구 캐시와의 우정은 현실적인 갈등을 보여준다. 함께 꿈을 꾸던 친구는 먼저 성공하고, 내털리는 그에 대한 질투와 위축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우정도 선택의 연속이며, 용서와 수용이 필요한 관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두 삶 모두에서 내털리는 끝내 ‘자신의 목소리’를 놓지 않는다. 꿈이 늦어졌을 뿐 포기하지 않았고, 혼자였지만 외면하지 않았다.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선택보다 중요한 건, 선택 이후에도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이다.”
결론: 어떤 삶도 나의 것이다 – 정답은 없지만 온전히 내 것
《Look Both Ways》는 ‘만약’이라는 말에 평행우주의 판타지를 입혔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철저히 현실적이다. 인생의 갈림길은 어느 방향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달려 있다.
내털리는 두 삶 모두에서 흔들리고, 때로는 실패하고, 사랑에 상처받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성장한다. 영화는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삶은 감정의 총합”임을 보여준다.
“그때 그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이 질문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대신 묻는다.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그리워하며 사는 대신, 지금 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나요?”
《Look Both Ways》는 잔잔한 전개 속에서 지금 이 순간 내 선택이 의미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믿게 만들어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