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넷플릭스 영화 Beckett – 일상의 파괴, 추격, 정치 음모와 개인 그리고 실존주의적 인간상

by justin3 2025. 7. 15.

Beckett

휴양이 재난으로, 사랑이 그림자로. 《Beckett》은 뜻밖의 사고로 시작된 한 남자의 도주극이 어떻게 국가적 음모로 확대되는지를 조용한 공포와 함께 그려낸 넷플릭스 정치 서스펜스 스릴러다.

1. 일상의 파괴 – 사랑이 깨지고, 평범이 붕괴된다

영화의 시작은 평화롭다. 베킷(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여자친구 에이프릴과 함께 그리스 시골 지역을 여행하며 작은 마을 호텔에서 머문다. 카메라는 둘의 평범한 데이트와 대화를 따라가며 관객에게도 일상의 온기를 전달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자동차 사고가 벌어지고, 에이프릴은 사망한다. 베킷은 큰 충격과 슬픔 속에서 외딴 집의 벽에 무언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곧 누군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급변한다. 로맨스는 끝났고, 일상은 붕괴됐다. 주인공은 단지 “관광객”이 아니라 이방인이자 추적당하는 표적이 된다. 감정적으로 충격에 빠진 상태에서 현지 경찰까지 그를 의심하고 그의 진술은 신뢰받지 못한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베킷의 불안을 공유하게 된다. 그가 겪는 혼란, 슬픔, 공포는 단지 ‘도망치는 사람’이 아닌 ‘모든 것을 잃고 홀로 남겨진 인간’으로서의 고립을 상징한다.

2. 정체불명의 추격 –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

《Beckett》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주인공만큼이나 관객도 혼란을 느끼게 만드는 연출이다. 베킷은 왜 쫓기고 있는가?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나? 경찰은 왜 그를 도우려 하지 않는가?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오해를 불러오고, 의도치 않게 큰 정치적 사건에 엮이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인간을 묘사한다. 관객은 베킷이 어느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행동들을 따라가게 된다. 도망, 갈등, 부상, 고통, 오해, 거짓말. 이 모든 요소가 끊임없는 위협과 불안을 만들며 관객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절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적으로 그 순간을 따라가게 만든다. 이 점에서 《Beckett》은 전형적인 헐리우드 서사 구조를 벗어나 유럽식 스릴러의 고유한 색채를 갖는다.

3. 정치 음모와 개인 – 대의명분의 뒤편에 선 사람들

베킷은 처음에는 단순히 살기 위해 도망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자신이 엮인 사건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가 사고 직후 스쳐본 외딴집에는 정치적 인물의 아들이 납치되어 감금되어 있었고, 그 사건은 국가 차원의 비밀조직과 관련되어 있었다. 즉, 베킷은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불청객이었고, 그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단순한 범죄가 아닌 국가 권력의 은폐 행위였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단순한 서스펜스를 넘어 개인이 거대한 권력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드러낸다. 베킷은 범죄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시스템에게 불편한 존재이며, 따라서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된다.

이 설정은 오늘날의 정치 시스템, 공권력, 대중 조작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무언가를 본 것만으로, 그리고 그것을 숨기지 않은 것만으로 한 인간은 제거될 수 있다.

4. 공간과 미장센 – 그리스라는 ‘풍경 속의 공포’

《Beckett》은 배경 선택이 탁월하다. 그리스는 원래 관광지로서 낭만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그리스는 광활한 산맥, 버려진 길, 인적 드문 시골로 묘사된다. 주인공은 고립된 공간 속에서 도망치는 동안 수없이 넘어지고, 다치고, 심지어 몇 번이나 죽을 뻔한다. 따뜻한 햇살 아래 펼쳐진 그리스 풍경은 아이러니하게도 극단적인 외로움과 불안을 자극한다.

또한 도심의 혼란스러운 시위, 경찰의 이중적 태도, 그리고 ‘구조되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타깃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미장센과 배경은 이 영화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다. 공간이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공포의 언어로 기능하는 것이다.

5. 실존주의적 인간상 – 영웅이 아닌, 생존자

베킷은 훈련된 요원도, 전략가도 아니다. 그는 그냥 한 명의 일반인이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하던 평범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가 이 모든 일에 휘말린 순간부터 그는 선택의 연속 앞에 놓인다.

  • 도망칠 것인가?
  • 싸울 것인가?
  • 외면할 것인가?

그는 결국 “이제는 그만 도망치고 싶다”고 말하며 스스로 그 음모의 핵심을 향해 뛰어든다. 그 선택은 히어로적 영웅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인간으로서 유지하기 위한 존엄의 선택이다.

자신이 본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상처받고 아픈 몸을 이끌고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돌아서는 그 순간. 《Beckett》은 누구나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 가장 용감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론: 고요한 두려움, 강한 인간성

《Beckett》은 빠른 편집, 화려한 액션, 대단한 반전은 없다. 하지만 그 대신 조용한 불안과, 깊은 고립감, 실존적 질문을 정제된 연출과 시선으로 풀어낸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얼마나 취약한가? 정보 하나, 장면 하나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진실 앞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Beckett》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두려움 속에서 용기를 내는 평범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